개복치, 아무 때나 못 먹습니다 — 진짜 제철은 여름 석 달뿐
2026. 07. 02.

개복치를 처음 본 건 서귀포 수산시장 좌판 끝자락이었다. 하얗고 두꺼운 살덩어리가 도마 위에 얹혀 있는데, 생선이라기엔 너무 두부 같았다. 옆에서 손질하던 상인 아저씨한테 "이거 뭐예요, 먹는 거예요?" 물었더니 대답 대신 칼끝으로 쿡 찔러 보였다. 살이 훅 들어갔다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개복치. 아무 때나 안 들어와. 딱 요새만 나와."
요새라는 게 정확히 언제냐고 물으니 "6월부터 8월까지, 그 안에 끝나"라고 짧게 답이 돌아왔다. 검색창에 "개복치"를 쳐보면 정작 이 이야기는 안 나온다. 나무위키의 생물학 정보, 아니면 예전에 유행했던 스마트폰 게임 — 손 대면 이유 없이 죽어버리는 그 캐릭터 얘기가 먼저 뜬다. 실제로 개복치가 그렇게 쉽게 죽는 물고기냐고 하면, 그건 사실 좀 다르다. 수족관에 갇힌 스트레스 때문에 죽는 사례가 퍼지면서 오해가 커진 거고, 다 자란 개복치는 시속 8km 넘게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의외로 튼튼하다. 다만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일단 눈앞의 저 두부 같은 살덩어리부터.
손질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껍질이 두꺼운 나무껍질처럼 딱딱해서 칼로 파고들려면 몇 번을 다시 대야 했다. 아저씨도 "이거 손에 익어야 빨리 하지, 처음엔 한 마리 손질하는 데 한 시간도 걸린다"고 했다. 그 두꺼운 껍질을 떼어내면 안쪽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된다 — 하얗고 말랑하고, 살짝 눌러보면 청포묵처럼 흔들린다.
시장이 아니어도 개복치가 흔하게 안 보이는 이유는 손질의 번거로움만이 아니다. 애초에 잡히는 양 자체가 일정하지 않다. 그물에 우연히 걸려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이번 주는 있고 다음 주는 없고" 식이다. 유통망을 촘촘히 갖추기엔 수요도, 공급도 둘 다 애매한 생선인 셈이다. 그래서 제주나 통영 앞바다 근처 시장이 아니면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맛은 별로 없어, 근데 그게 매력이야"라고 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먹어보니 알겠더라. 살은 정말 아무 맛도 안 난다. 대신 씹는 느낌이 묘하게 재밌다 — 닭가슴살을 삶아서 찢어놓은 듯한 결. 반면 껍질은 완전히 다르다. 쫄깃하면서 은근히 고소한 감칠맛이 올라오는데, 이 부위 때문에 개복치를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간은 또 다르다. 부드럽고 기름진 게 아귀 간처럼 진하다.
| 부위 | 맛 | 식감 | 주로 먹는 법 |
|---|---|---|---|
| 살 | 거의 무미(청포묵 같음) | 부드럽고 탄력 있음 | 삶아서 초장·초고추장 무침 |
| 껍질 | 감칠맛, 은근히 고소함 | 쫄깃하고 살짝 질김 | 따로 삶아 양념장에 |
| 간 | 진하고 기름짐 | 부드럽고 크리미함 | 구워서 먹거나 찜 |
| 창자 | 담백함 | 대창처럼 쫄깃함 | 구이 |
가장 흔한 방법은 삶아서 먹는 것이다. 끓는 물에 소금 한 숟갈, 생강술이나 소주 한 컵, 생강편을 넣고 젓가락이 스윽 들어갈 때까지 삶는다. 식기 전에 뼈대를 뽑아내고 차게 굳히면 청포묵 같은 덩어리가 된다. 이걸 먹기 좋게 잘라 초장에 찍어 먹는 게 기본이고, 무침으로 만들어도 잘 맞는다. 회로도 먹는데, 특히 살이 워낙 부드러워서 손으로도 찢어질 정도라 칼 없이 결을 따라 뜯어 먹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 신선도가 떨어지면 바로 냄새가 올라오고 맛도 사라진다. 어획된 날 바로 소비되는 게 원칙이라 냉동보다는 신선한 상태로 그날 먹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면 된다. 시장에서 살 때도 손질된 지 오래된 것보다는 그날 들어온 걸 확인하고 사는 게 안전하다.
Q. 개복치는 정말 스트레스로 쉽게 죽는 물고기인가요?
A. 아니다. 수족관처럼 좁고 낯선 환경에 갇혔을 때 쉽게 죽는 사례가 퍼지면서 생긴 이미지지, 실제 바다에서는 시속 8km 넘게 헤엄치는 튼튼한 물고기다. 백상아리나 돌고래도 수족관에 갓 들어가면 비슷하게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개복치만 유난히 약한 건 아니다.
Q. 독이 있어서 못 먹는 부위가 있나요?
A. 없다. 복어목이긴 하지만 복어와 달리 신경독이 없어 먹는 데 문제가 없는 생선이다. 다만 손질이 서툴면 껍질과 살의 경계를 깔끔하게 못 벗겨내는 정도의 어려움은 있다.
Q. 개복치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A. 대형마트에서는 거의 못 본다. 제주·통영처럼 어획이 되는 지역의 재래시장이나 수산시장에서 계절에 맞춰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사는 게 현실적이다. 온라인에서도 간간이 나오지만 물량이 일정하지 않다.
Q. 손질이 어렵다는데 집에서도 할 수 있나요?
A. 껍질이 두꺼워서 초보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능하면 시장에서 손질까지 부탁하고, 삶는 과정만 집에서 하는 걸 추천한다.
개복치는 검색해보면 물고기 이야기보다 밈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조금 억울한 생선이다. 하지만 딱 여름 석 달, 제주와 통영 앞바다에 우연히 걸려 들어오는 그 계절에는 분명한 별미로 대접받는다. 이번 여름 제주 여행 중에 수산시장을 지나다 저 두부 같은 살덩어리를 보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 물어보시길. 제주 제철 식재료 더 보기에서 이 계절 다른 재료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고, 개복치 상세 페이지에서 산지·제철 정보를 더 볼 수 있다. 통영 쪽 정보가 궁금하다면 통영 지역 페이지도 함께 참고하면 좋다.